[353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다큐 ‘익스플레인:세계를 해설하다’ 시리즈 중 <전염병의 위협>(The Next Pandemic) 편은 ‘세상을 끝낼 가장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전염병이 꼽힌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범유행 전염병입니다. 범유행 전염병은 과거의 큰 전쟁과 맞먹을 겁니다. 경제는 마비될 테고, 인류가 치러야 할 비용은 어마어마하겠죠. 그 어떤 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와는 다른 차원의 재난 사태를 경험하는 이즈음, 그의 예견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오래전 제 초등학교 시절까지를 거슬러 짚어보더라도, ‘4월 개학’은 초유의 일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온라인 예배를, 그것도 한 달 넘게 드린 적은 28년 신앙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바이러스가 가축을 거쳐 인간을 공격할 때, 위협당하는 건 한 사람의 건강 체계만은 아닙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공 인프라가 어떻게 붕괴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재난은 경제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들이닥치지만, 그 재난에 대응하는 수준에는 경제적 안정성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취약계층일수록 실업 위기와 생계 위협이 높아지고 자녀 돌봄이나 건강 문제의 어려움도 훨씬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감염 재난과 관련하여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 동물, 환경,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입니다. <전염병의 위협> 말미에 나오는 내레이션은 전염병 대처에 ‘원 헬스’ 접근이 왜 중요한지를 잘 알려줍니다.

“사실, 인간의 기술 때문에 전염병 유행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삼림 벌채로 더 많은 야생동물이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하게 됐고, 공장형 축산은 동물을 인간 가까이 밀어내며 인간을 감염시킬 바이러스로 발전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바이러스가 퍼질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아졌죠.” 

오늘, 전 세계적인 감염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마주하고 맞서야 할까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불리는 레베카 솔닛의 말이 작은 실마리를 던져주는 듯합니다. 

“재난은 그 자체로는 끔찍하지만 때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우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우리가 소망하는 일을 하고, 우리가 형제자매를 보살피는 사람이 되는 천국의 문 말이다.” 

이번 호는 이 재난을 ‘함께’ 마주하고 맞서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습니다. 비상한 시절에 독자 여러분과 저마다 속한 공동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 Photo by 烧不酥在上海 老的 on Unsplash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