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잠깐 독서]

낡은 안경을 벗고 본 중세 그리스도교 세계

중세와 그리스도교 / 박흥식 지음 / 홍성사 펴냄 / 30,000원<br>
중세와 그리스도교 / 박흥식 지음 / 홍성사 펴냄 / 30,000원

“교회사와 세속사를 적극적으로 통합하여 그리스도교 역사를 전체사로 다루는 것을 목표로 삼는” ‘His+STORY 그리스도교의 역사’ 시리즈 중세 편. 중세를 ‘암흑시대’ 혹은 ‘신앙이 지배했던 시대’로 보는 낡은 관점을 넘어서 ‘현대 문명의 어린 시절’이라는 키워드로 살핀다. 기존 교회사적 시각을 재해석하고 그리스도교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균형 잡힌 이해를 추구하는 책.

콘스탄티누스 시대는 그리스도교에 기회이자 위기였으며, 결국 그리스도교 역사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그렇지만 소위 〈밀라노 칙령〉이라고 알려진 황제의 포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반드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는 당대 친황제 성향의 역사가 유세비우스가 〈교회사〉에서 서술한 내용 때문에 생긴 오해였기 때문이다. 박해시대를 종결지은 것은 311년 갈레리우스가 포고한 〈종교 관용 칙령〉이었으며, 이것이 제국에 잘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칙령은 필요하지 않았다. (71쪽)

칠십인역은 왜 중요한가

칠십인역 입문 / 그레고리 R. 래니어·윌리엄 A. 로스 지음 / 이민희 옮김 / 북오븐 펴냄 / 18,500원<br>
칠십인역 입문 / 그레고리 R. 래니어·윌리엄 A. 로스 지음 / 이민희 옮김 / 북오븐 펴냄 / 18,500원

신약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할 때 사용되었던 그리스어 구약 ‘칠십인역’ 입문서. 배경, 기원, 번역 과정, 가치, 권위 등 다양한 기본 지식을 알려준다. 세계 성서학계 상황과 달리, 한국에서는 무관심하고 척박한 칠십인역 연구에 마중물로 기능할 책이다. 구약학자와 신약학자의 공동 저술로, 칠십인역에 대한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질문 열 가지와 간단한 답변이 부록으로 실렸다.

신약 저자들조차 유대교와 헬레니즘 전통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엄격한 성서주의자는 아니었다. 따라서 그리스어 번역을 히브리 성경에 대한 주석으로, 즉 성서 연구에 참여하는 여러 목소리 중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 물론 그리스어 구약에 오류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며, 그것을 오로지 주석으로 취급하는 것은 (앞서 암시했듯) 너무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리스어 구약은 현재 (특히 개신교)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 (190쪽)

한국에서 읽는 하나님 나라 교과서

지금, 한국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다 / 구교형 지음 / 대장간 펴냄 / 18,000원<br>
지금, 한국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다 / 구교형 지음 / 대장간 펴냄 / 18,000원

하나님 나라와 기독교 세계관을 다루는 교재는 많으나, 원론적 관점에 머물거나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30년 넘게 사회선교운동을 해온 저자는 이를 보완하려는 목적에서 이 책을 썼다. ‘한국에서 읽는 하나님 나라 교과서’를 표방하며 세계관, 성경관, 진화론 문제부터 한반도 평화, 정치, 경제의 과제와 결혼, 출산, 낙태, 동성애 같은 사회 쟁점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지금 한국기독교는 조금만 달라도 의심받고, 함부로 정죄한다. 좀 더 넓은 배경과 대안적 가치를 보지 못한 채 당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만 찾아내 반대로 일관한다면 복음은 능력을 상실한다. ‘반대하는 기독교’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반면 사랑은 상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에서 나온다. 결국 사랑을 이길 장사가 세상에 없다. 기독교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면 마땅히 사랑의 힘을 믿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330쪽)

우리 시대의 기독교 윤리 지침서

하나님 나라 윤리 / 데이비드 거쉬·글렌 스타센 지음 /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9,800원<br>
하나님 나라 윤리 / 데이비드 거쉬·글렌 스타센 지음 /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9,800원

이 책은 21세기 ‘표준 기독교 윤리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 초판 원서가 나온 2003년에서 10여 년이 지나 전면 개정한 2판의 번역본으로, 윤리학의 발전과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했다. 자료와 토론 내용을 보강하고 용어 설명 등을 추가했으며, 가급적 성 포용 단어를 사용하고 미국보다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산상설교를 토대로 방법론을 세운 뒤 젠더, 인종차별, 생명윤리 등 주요 현안을 살피는 책.

우리가 이 책을 쓴 동기의 핵심에는, 우리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도덕과 연계하여 증언하는 일을 무시하고 잘못 이해하고 심지어 피해 왔다는 확신이 있었다. 단지 기독교 윤리(학)라는 학문 분과만이 아니라, 미국과 온 세상의 허다한 교회가 기독교 신앙을 제시할 때도 대체로 그러했다. 결국 기독교의 형상이 일그러지는 결과가 나타났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모범이라는 반석 위에 선 신앙의 기초와 신앙이 아예 분리되어 버리는 결과도 나타났다. (7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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