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호 에디터가 고른 책]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일레인 스토키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21,000원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일레인 스토키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21,000원

“수단 여성 약 89퍼센트가 할례를 당했는데 이는 약 1,400만 명의 여성 및 여자아이에 해당한다. … 전 세계적으로 3백만 명의 여아들이 해마다 성기 절단의 위험에 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심지어 북미, 오스트랄라시아, 유럽에서도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 2014년에 영국 정부가 발행한 FGM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웨일즈의 약 14만 명의 여성들이 FGM을 당했고, 15세 미만의 여아 약 1만 명이 절단당할 가능성이 있다.”(60쪽)

이 책은 ‘영아 살해’ ‘여성 성기 훼손’ ‘아동 강제 결혼’ ‘명예 살해’ ‘가정 폭력’ ‘인신매매’ ‘강간’ ‘전쟁’을 망라하며 여성 폭력의 참혹한 실상을 좇는다. 여성 혐오와 페미사이드(femicide,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일)는 거의 모든 사회의 ‘문화’이자 주류적 관점이 주목하지 않는 ‘팬데믹’이지만, 특정 문화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독교 국제구호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여성 폭력 대항 단체를 창립한 저자가 촘촘한 통계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를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책은 특히 이슬람 문화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여성 폭력을 주목한다. 사실, 종교를 가진 사람이 타종교 문화를 비판하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비칠 수 있기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용감하게 여성 폭력은 문화의 다양성이 ‘아닌’ 폭력과 학대, 살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의 후반부는 종교와 여성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슬람 경전과 이슬람 문화, 더불어 여성 신학에 대한 지식이 (나처럼) 없다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나아가 저자는 여러 종교가 연합해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슬람 경전을 읽는 시도들 또한 놓치지 않는데, 이 대목에서 소수자 관점에서 성경을 읽는 일의 절실성을 환기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기독교 신앙은 폭력과 학대에 동의하기는커녕,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성경적 틀과 그것과 싸울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랑의 능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